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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흔한 타이레놀이 간을 망가뜨렸다” 81세 여성 과다복용 사망

 

Youtube @ABC News캡처
 

 

해열·진통제로 가정마다 하나씩 있을 정도로 널리 사용되는 타이레놀의 주성분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을 과다 복용한 캐나다 80대 여성이 심각한 간 손상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검시관은 이번 사망을 계기로 일반의약품(OTC)으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아세트아미노펜 제품의 대용량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캐나다 보건당국에 공식 권고했다.

 

퀘벡주 검시관 에드가 나시프 의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도르발(Dorval)에 거주하던 81세 여성은 인지 혼란 증세를 보인 뒤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검사 결과 여성에게서는 아세트아미노펜 과다 복용과 관련된 급성 독성 간염이 확인됐으며 간 기능이 크게 떨어지면서 뇌 기능까지 영향을 받는 간성 뇌증(Hepatic encephalopathy)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환자의 상태가 심각해지자 의료진과 가족은 연명치료 대신 완화치료를 결정했고 여성은 입원 나흘 만에 숨졌다. 사망자는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앓고 있었고 만성적인 음주 이력도 있었지만 평소에는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과정에서는 자택에서 빈 아세트아미노펜 용기가 발견됐다. 검시관은 여성이 이미 약을 먹었다는 사실이나 복용 시간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 상태에서 짧은 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약을 복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만성적인 음주 습관 역시 아세트아미노펜에 따른 간 손상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올바르게 복용하면 흔히 사용되는 해열·진통제지만 문제는 여러 번 겹쳐 복용하거나 권장량을 초과할 때다.

 

캐나다 보건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성인의 아세트아미노펜 하루 최대 권장 복용량은 4g이다. 이를 초과해 복용하거나 장기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간에서 약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독성 물질이 축적돼 심각한 간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상태가 악화되면 급성 간부전으로 이어져 간 이식이 필요하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특히 소비자들이 주의해야 할 부분은 ‘타이레놀’이라는 상표만 확인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은 감기약이나 두통약 등 여러 복합 의약품에도 포함될 수 있어 서로 다른 제품을 함께 복용하다 자신도 모르게 총복용량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 아세트아미노펜 과다 복용은 드문 사고만은 아니다.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매년 약 4500건의 아세트아미노펜 중독 관련 입원이 발생하며 이 가운데 약 700건은 고의가 아닌 우발적인 과다 복용으로 집계되고 있다.

 

퀘벡 중독관리센터 자료에서도 2025년 아세트아미노펜 단독 중독 사례가 3562건, 다른 약물과 함께 복용한 중독 사례가 5696건에 달했으며 2022년 이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중독 환자 가운데 약 6%에서는 심각한 간 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을 조사한 나시프 검시관이 주목한 것은 ‘포장 크기’다. 아세트아미노펜을 일반의약품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한 번에 판매되는 약의 양을 줄이면 우발적인 과다 복용이나 약물 오남용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영국 사례도 제시했다. 영국은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진통제의 판매 포장 단위를 제한하는 제도를 시행했으며 이후 관련 약물 오남용에 따른 사망률이 감소하고 입원과 간 이식 건수도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캐나다 보건부도 아세트아미노펜의 위험성을 인식해 2016년 제품 라벨 기준을 강화하고 경고문과 복용방법을 보다 명확하게 표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 검시관 보고서는 글씨를 크게 쓰고 경고문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고령자나 인지기능이 떨어진 사람의 반복 복용 사고를 완전히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약국과 일반 소매점에서 판매하는 아세트아미노펜 제품의 한 용기당 알약 수를 줄이는 방안을 보건부가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사건은 특히 고령자가 있는 한인 가정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약을 복용한 뒤 시간과 횟수를 기억하기 어려운 경우 가족이 복용시간을 기록하거나 요일·시간별 약통 등을 활용하는 방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술을 자주 마시거나 간 질환이 있는 사람, 여러 종류의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사람은 의사나 약사와 복용량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타이레놀은 캐나다에서도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진통제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이 곧 ‘많이 먹어도 안전한 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81세 여성의 사망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약이라도 복용량과 간격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보여줬다. 이제 캐나다 보건당국이 소비자의 편리한 의약품 접근성을 유지하면서도 대용량 포장 제한이라는 추가적인 안전장치를 도입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뉴스/사진: 밴쿠버 교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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