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신규 자본투자 비용 즉시 공제하는 ‘생산성 메가 공제’ 추진
5년간 1조달러 투자 목표…10억달러 이상 투자자는 CRA 유권해석 우선 처리
토론토·밴쿠버 등 4대 공항에도 민간자본 유치…소유권은 공공 유지
美 무역전쟁 속 “캐나다는 안정적인 투자처”…유럽·아시아로 시장 다변화
미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캐나다가 세계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대대적인 ‘투자 승부수’를 던졌다.
마크 카니 캐나다 연방총리는 토론토에서 열린 ‘캐나다 투자 정상회의(Canada Investment Summit 2026)’에서 기업의 신규 자본투자 비용을 즉시 비용 처리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토론토와 밴쿠버 등 캐나다 4대 공항에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내용의 경제 성장 전략을 공개했다.
목표는 앞으로 5년 동안 캐나다에 총 1조 캐나다달러 규모의 투자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카니 정부가 내놓은 핵심 카드는 이른바 ‘생산성 메가 공제(Productivity Mega Deduction)’다.
기업이 기계와 장비,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 등 광범위한 신규 자본에 투자할 경우 투자비용을 즉시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해 기업의 초기 세금 부담을 크게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혜택 범위도 상당히 넓다. 광산 관련 자산과 소프트웨어, 연구개발뿐 아니라 파이프라인과 철도망, 광섬유 등 캐나다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주요 생산·기술 인프라가 포함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캐나다의 신규 기업투자에 대한 한계실효세율을 기존 약 13%에서 6.4% 수준까지 낮춰 주요 경제권 가운데 가장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니 정부가 단순히 “캐나다에 투자해 달라”고 호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금 자체를 투자 유치 수단으로 꺼내 든 셈이다.
특히 10억 캐나다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대규모 투자자에게는 캐나다국세청(CRA)의 ‘사전 소득세 유권해석’ 절차에서 우선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기 전에 특정 거래나 사업 구조에 세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CRA로부터 구속력 있는 판단을 받을 수 있어 세금 관련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카니 정부가 이처럼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데는 캐나다 경제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투자 부족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캐나다는 풍부한 에너지와 핵심광물, 높은 교육 수준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기업투자와 생산성 증가가 기대만큼 따라오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세계 주요 투자기관과 기업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캐나다 정부는 에너지와 핵심광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교통·물류 인프라 등 16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투자자들에게 제시하며 캐나다를 세계 자본의 새로운 투자처로 부각시키고 있다.
카니 총리가 내건 목표는 앞으로 5년간 1조 캐나다달러 규모의 총투자를 촉진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자본투자와 각종 인센티브 등을 통해 약 2800억 달러를 투입하고 이를 지렛대로 민간·기관투자자의 자금을 끌어들여 전체 투자 규모를 1조 달러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공항 인프라에도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안이 추진된다. 대상은 토론토 피어슨, 몬트리올, 캘거리, 밴쿠버 등 캐나다의 4대 주요 공항이다.
다만 이를 공항 자체를 민간기업에 매각하는 ‘완전 민영화’로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정부는 공공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장기 운영권 등의 형태로 민간투자를 유치해 공항의 자산 가치를 활용하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간자본을 활용해 대형 공항에 필요한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정부의 재정 여력을 지역 공항과 다른 인프라 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하지만 공항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놓고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노동계와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민간 투자자의 수익성이 우선될 경우 장기적으로 공항 이용료나 여행 비용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를 둘러싸고 토론토에서는 노동·환경·이민·사회단체 관계자 수백명이 거리로 나와 정부의 투자정책에 항의하기도 했다.
카니 총리가 이처럼 대규모 투자 유치에 나선 배경에는 미국과의 무역 갈등도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관세정책과 보호무역주의가 캐나다 경제에 부담을 주면서 캐나다 정부는 오랫동안 미국에 집중됐던 무역과 투자를 유럽과 아시아 등으로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카니 총리는 미국과 캐나다 사이의 교역 가운데 상당 부분은 여전히 관세 없이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캐나다가 불리한 조건의 협정을 서둘러 체결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국제경제가 갈수록 거래 중심적이고 ‘제로섬’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며 법치와 정치·경제적 안정성을 갖춘 캐나다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니 정부는 유럽과의 경제협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캐나다와 유럽연합(EU) 사이의 포괄적경제무역협정(CETA)을 완전히 비준하는 문제를 비롯해 무역과 에너지, 금융, 안보 분야에서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캐나다는 미국 시장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낮추면서 유럽과 아시아로 경제적 선택지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결국 이번 ‘캐나다 투자 정상회의’에서 카니 정부가 세계 투자자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세계가 불안할수록 캐나다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기업에는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10억달러 이상 대형 투자에는 세금 관련 불확실성을 신속하게 해소해 주며, 에너지·광산·AI·데이터센터·교통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국가 핵심 산업을 글로벌 자본에 적극적으로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공 여부는 결국 실제 투자로 판가름날 전망이다. 대규모 세금 혜택이 기업의 투자와 생산성 향상, 고임금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는지, 공항 등 공공 인프라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면서도 이용료 상승이나 서비스 저하를 막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뉴스/사진: 밴쿠버 교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