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BOOK캡처
10대부터 독학으로 작곡…60여년간 만든 음악 세상에 공개
첫 클래식 앨범 ‘Life Is a Dream’ 영국 클래식 차트 정상
구스타보 두다멜 지휘·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연주
“음악은 내 첫 번째 열망…너무 늦은 때란 없다”
영화 ‘양들의 침묵’과 ‘더 파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두 차례 거머쥔 영국의 전설적인 배우 앤서니 홉킨스(88)가 이번에는 배우가 아닌 ‘작곡가’로 영국 클래식 음악 차트 정상에 올랐다.
30일 영국 언론 등에 따르면 홉킨스의 클래식 앨범 ‘라이프 이즈 어 드림(Life Is a Dream)’이 발매 일주일 만에 영국 오피셜 클래식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1일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데카 클래식을 통해 발매된 음반으로, 홉킨스가 60여년에 걸쳐 작곡해 온 작품들을 처음으로 본격적인 음반에 담았다.
영화배우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홉킨스지만 음악은 연기보다 먼저 시작한 그의 오랜 열정이었다. 웨일스 포트탤벗에서 태어난 그는 네 살 때 피아노를 시작했고 어린 시절부터 베토벤과 쇼팽을 연주했다. 여섯 살 무렵에는 피아노로 즉흥연주를 하기 시작했으며 10대 시절에는 지역 연극을 위한 음악을 직접 작곡했다.
전문적인 작곡 교육을 받은 음악가가 아니라 스스로 음악을 익히며 평생 작품을 써온 셈이다. 홉킨스는 “음악은 나의 첫 번째 열망이자 첫 번째 소망이었다”며 “나는 평생 음악을 작곡해왔다. 몇몇 곡은 수십 년 동안 나와 함께했고 지금도 계속 그 곡들로 돌아가곤 한다”고 자신의 음악에 대한 애정을 밝혔다.
이번 앨범에는 모두 12개 트랙이 담겼다. ‘Fanfare and March’를 시작으로 ‘Farewell My Love’, ‘And The Waltz Goes On’, ‘My Fatherland’, ‘Margam’, ‘Stella Aria’ 등 홉킨스가 자신의 가족과 고향 웨일스, 어린 시절의 기억과 삶의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들이 수록됐다.
특히 눈길을 끄는 작품은 ‘1947: Suite for Solo Piano and Orchestra’다. 이 가운데 ‘Bracken Road’의 선율은 홉킨스가 젊은 배우였던 1963년 리버풀 플레이하우스에서 활동하던 시절 만들어졌다. 당시 그는 연극 리허설을 시작하기 전 무대 뒤에 있던 업라이트 피아노를 연주하며 이 곡의 선율을 만들었다.
곡에는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1940년대 남웨일스 마감 지역의 거리와 들판, 농장과 산에 대한 기억이 담겨 있다.
앨범 제작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세계적인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이 지휘봉을 잡았으며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 피아니스트 세르히오 티엠포와 첼리스트 그레고리오 니에토를 비롯해 바흐 합창단과 윈체스터 대성당 소년합창단도 참여했다.
녹음은 지난 4월 런던 알렉산드라 팰리스에서 진행됐다. 두다멜은 홉킨스에 대해 연기와 음악이라는 하나의 분야에 갇히지 않는 보기 드문 예술가라며 그의 음악에서도 영화와 연극에서 보여준 상상력과 인간적인 감성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데카의 로라 몽크스 사장 역시 홉킨스가 평생 쌓아온 음악적 지식과 작곡 재능을 이번 음반을 통해 세상에 선보이게 된 것을 높이 평가했다.
홉킨스에게 이번 앨범은 단순히 유명 배우가 취미로 만든 음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세계적인 배우가 된 뒤에도 작곡을 멈추지 않았다. 영화 촬영과 연극 활동을 이어가면서도 피아노 앞에 앉아 곡을 썼고, 그렇게 수십 년 동안 쌓인 작품들이 88세가 된 지금 한 장의 클래식 음반으로 완성됐다.
그의 도전은 실제 차트 성적으로도 이어졌다. ‘Life Is a Dream’은 영국 클래식 차트 정상에 올랐으며 영국 전체 앨범을 대상으로 하는 오피셜 앨범 차트에서도 99위에 진입했다.
음반 판매에는 자선의 의미도 담겼다. 홉킨스는 ‘Life Is a Dream’ CD와 LP 판매 수익 가운데 일부를 두다멜의 고향인 베네수엘라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88세의 나이에 배우가 아닌 작곡가로 또 하나의 정상에 오른 홉킨스의 행보는 그가 강조해온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다.
배우로 아카데미 정상에 오른 뒤에도 음악이라는 또 다른 꿈을 놓지 않았던 홉킨스. 10대 시절부터 써 내려간 악보는 60여년의 세월을 지나 88세에 영국 클래식 차트 1위라는 새로운 기록으로 돌아왔다. <뉴스/사진: 밴쿠버 교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