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캡처
온타리오 주총리 ABC 인터뷰서 트럼프 관세정책 직격
“캐나다 자동차 관세 50% 되면 미국도 치명타…美 자동차 최대 구매국이 캐나다”
미국 원유 수입 60% 캐나다산…베네수엘라 석유협정에도 “누구와 거래할지 선택하라”
‘Lake America’ 개명엔 “SNL 보는 줄…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을 것”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캐나다 관세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포드 주총리는 캐나다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가 50%로 올라갈 경우 캐나다뿐 아니라 미국 경제에도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캐나다에 부과하는 관세는 결국 미국 국민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라고 주장했다.
포드 주총리는 30일 ABC News의 시사프로그램 ‘This Week’에 출연해 최근 급격히 악화한 미국·캐나다 관계와 관세전쟁, 자동차 산업, 에너지 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속되는 압박에 대해 “모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며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것은 미국 경제에도 최악의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경제가 수십년에 걸쳐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보호무역이 아니라 자유롭고 개방적인 교역 덕분이었다는 주장이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는 최근 무역협상이 결렬되면서 다시 강대강 관세전쟁에 들어갔다. 미국은 약 200억달러 상당의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했고, 캐나다 역시 오는 9월 8일부터 미국산 제품에 맞대응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캐나다 전체 수출의 70% 이상이 미국으로 향할 정도로 양국 경제는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특히 포드 주총리가 가장 우려한 것은 자동차 산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캐나다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트럭 등에 대한 관세를 내년 1월 1일부터 50%로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당초 양국 협상이 타결될 경우 캐나다산 자동차에 적용되는 관세가 25%에서 15%로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협상이 무산되면서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포드 주총리는 자동차 관세가 실제 50%로 올라가면 “양국 모두에 파괴적이겠지만 미국에도 분명히 파괴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캐나다가 미국산 자동차의 세계 최대 구매시장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캐나다의 미국산 자동차 구매 감소로 이미 약 70억달러 상당의 영향이 나타났다면서 이는 자동차 공장 몇 곳이 문을 닫는 것과 맞먹는 규모라고 주장했다.
북미 자동차 산업은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공급망으로 움직이고 있다. 캐나다에서 완성되는 자동차에도 상당량의 미국산 부품이 들어가며 일부 부품은 완성차가 만들어지기 전 국경을 여러 차례 오가기도 한다. 따라서 캐나다산 자동차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캐나다 기업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미국 부품업체와 자동차회사에도 비용 부담이 돌아갈 수 있다.
실제로 GM의 대표 픽업트럭인 쉐보레 실버라도 생산량의 약 17%가 캐나다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며 스텔란티스의 크라이슬러 퍼시피카는 캐나다가 유일한 생산기지다. 도요타와 혼다 역시 캐나다에서 대규모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어 50% 관세가 현실화하면 북미 자동차 공급망 전체가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포드 주총리는 그래서 “캐나다에 부과하는 관세는 미국 국민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나 다름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최악의 경제정책 가운데 하나라고 비판했다.
에너지도 포드가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중요한 카드로 거론됐다. 미국이 해외에서 수입하는 원유 가운데 약 60%가 캐나다산이다. 온타리오 역시 뉴욕과 미시간, 미네소타 등 미국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포드 주총리는 캐나다가 전력뿐 아니라 우라늄과 포타시, 고품질 니켈을 비롯한 핵심광물과 천연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미국이 베네수엘라와 650억 배럴 이상의 원유 매장량에 대한 대규모 협정을 체결하면서 캐나다산 원유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ABC 진행자가 베네수엘라 협정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캐나다를 압박할 수 있는 새로운 협상카드가 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포드 주총리는 미국이 선택할 문제라며 맞받아쳤다.
그는 미국을 향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큰 베네수엘라와 거래할 것인지, 아니면 오랫동안 미국과 함께해온 최대 교역 상대이자 동맹국인 캐나다와 거래할 것인지를 선택하라는 취지로 말했다.
포드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벌인 거친 설전에 대해서는 다소 수위를 낮췄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지도자들을 공격하자 포드 역시 트럼프를 ‘패배자’, ‘불리’, ‘독재자’ 등으로 부르며 강하게 맞선 바 있다.
포드는 당시 감정이 격해졌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캐나다의 국가와 주권을 지속적으로 공격하고 모욕하는 상대에게는 결국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양국에서 더 많은 일자리와 사업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자유무역협정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Lake America’ 개명 조치에 대해서도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온타리오호를 미국 연방정부에서 ‘Lake America’로 부르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다만 이 조치는 미국 연방정부의 명칭 사용에만 적용되며 캐나다나 국제기구가 사용하는 ‘Lake Ontario’라는 이름을 변경할 권한은 없다.
포드 주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류에 서명하는 장면을 보며 미국 코미디 프로그램 ‘Saturday Night Live’를 보는 것 같았다고 비꼬았다. 이어 수백년 동안 Lake Ontario였던 호수를 아무도 Lake America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 Lake Ontario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국민과 트럼프 행정부는 구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포드는 자신도 미국을 좋아하고 캐나다인들도 미국 국민을 좋아한다면서, 캐나다가 반대하는 대상은 미국 국민이 아니라 현재의 대통령과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양국의 공식 무역협상은 중단된 상태다. 마크 카니 총리는 미국이 제시한 최종 조건이 캐나다의 자동차·철강·알루미늄 산업에 지나치게 불리하고 캐나다의 주권까지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협상을 중단했다. 포드 역시 ABC 인터뷰에서 당시 제안은 캐나다에 “끔찍한 협정”이었다며 카니 총리에게 받아들이지 말 것을 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포드는 대화의 문까지 닫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자동차와 에너지, 철강, 농업 공급망이 너무 깊숙이 연결돼 있어 전면적인 경제전쟁으로 가면 어느 한쪽만 승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양국의 교역 규모는 약 8800억달러에 달했다. 미국 정유업체들은 캐나다 원유에 의존하고 미국 농업은 캐나다산 포타시 비료를 필요로 하며 국경지역에서는 캐나다산 전력이 미국 가정과 기업으로 공급된다. 자동차 산업 역시 부품과 완성차가 국경을 넘나드는 사실상 하나의 생산체계다.
결국 포드 주총리가 미국에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캐나다에 50% 관세를 부과해 압박하면 캐나다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미국 자동차회사와 공장, 소비자까지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 마지막에도 미국과 캐나다가 다시 협상해야 한다며 “양국이 함께 번영할 수 있는 협정을 만들자”고 촉구했다.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을 맞댄 두 동맹국의 관세전쟁이 어디까지 확산할지, 그리고 내년 1월 예고된 자동차 50% 관세가 실제 발효되기 전에 다시 협상 테이블이 마련될지가 최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스/사진: 밴쿠버 교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