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UBE@CTV캡처
트럼프 행정명령에 구글 지도 즉각 반영…캐나다에서는 기존 명칭 유지
Hydro One·LCBO·GO Transit 웹사이트 지도에도 ‘Lake America’ 등장해 혼선
포드 “SNL 보는 줄 알았다…수백년간 온타리오호, 앞으로도 그대로”
미·캐 무역전쟁이 관세 넘어 400년 지명 논쟁으로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온타리오호(Lake Ontario)를 ‘Lake America’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구글이 미국 내 지도 서비스에 새 명칭을 공식 반영하면서 캐나다에서 반발과 혼선이 확산하고 있다.
Google Maps는 미국에 있는 이용자들에게 온타리오호를 ‘Lake America’로 표시하기 시작했다. 캐나다 이용자에게는 기존대로 ‘Lake Ontario’가 나타나며, 미국과 캐나다 이외 국가에서는 두 명칭이 함께 표시된다.
구글은 지난 29일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미국 정부의 공식 지명 데이터베이스가 해당 호수의 명칭을 Lake America로 변경함에 따라 기존 지도 운영 원칙에 맞춰 이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에 백악관도 즉각 환영했다.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은 30일 소셜미디어 X에 “공식이다! Google Maps에 LAKE AMERICA”라고 올렸다.
문제는 구글의 지도 데이터가 캐나다 기업과 공공기관 웹사이트에까지 연결되면서 예상치 못한 혼선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온타리오주의 전력회사 Hydro One을 비롯해 주류판매기관 LCBO와 대중교통기관 GO Transit 등의 웹사이트에 삽입된 일부 지도에서도 ‘Lake America’라는 명칭이 나타났다.
특히 Hydro One은 즉각 수정에 나섰다. 회사 측은 CBC에 “우리 정전지도에서 Lake Ontario가 잘못 표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유감을 표하고 “문제는 제3자 지도서비스에서 비롯된 것으로, 가능한 한 빨리 올바른 지명으로 복구하기 위해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에서는 이번 문제가 단순한 지도상의 오류가 아니라 국가 정체성과 주권의 문제로까지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총리는 30일 ABC News의 ‘This Week’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개명 조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포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Lake America로 변경하는 문서에 서명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 코미디 프로그램 ‘Saturday Night Live’를 보는 것 같았다고 비꼬았다.
그는 “아무도 Lake America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라며 “수백년 동안 Lake Ontario였고 앞으로도 계속 Lake Ontario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드는 전날 해밀턴 동부의 소도시 위노나에서 ‘Lake Ontario, now and always’(온타리오호,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라고 적힌 대형 표지판을 직접 공개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불을 놨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도 같은 입장이다. 카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한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캐나다인들에게 이 호수는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원래 이름인 Lake Ontario로 알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타리오호는 미국 뉴욕주와 캐나다 온타리오주 사이에 있는 북미 5대호 가운데 하나다. 캐나다 최대 주인 온타리오주의 이름 역시 이 호수에서 유래했다.
미국 측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개명 조치에 모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행정명령이 발표되자 뉴욕주는 Lake America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호수의 남쪽과 동쪽 상당 부분이 뉴욕주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미국 내부에서도 서로 다른 명칭을 사용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29일 인공지능으로 제작된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영상에는 트럼프가 ‘Lake Ontario’라고 적힌 표지판을 ‘Welcome to Lake America’라는 표지판으로 교체한 뒤 Village People의 ‘YMCA’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이 담겼다.
이번 지명 논란의 배경에는 최근 급격히 악화한 미국과 캐나다 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 양국의 무역협상은 지난 21일 결렬됐으며 이후 양측은 상대방이 협상 막판 새로운 조건을 들고나왔다고 주장하며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의 새로운 관세조치에 대응해 9월 8일부터 시행할 270억캐나다달러 이상의 보복조치도 발표했다. 자동차와 철강을 비롯한 양국의 핵심 산업을 둘러싼 갈등이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온타리오호 개명을 거론한 것도 포드 주총리와의 설전이 격화하던 시점이었다. 포드는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을 ‘bully(불량배·괴롭히는 사람)’와 ‘loser(패배자)’라고 불렀고, 트럼프 대통령은 포드를 그의 고인이 된 동생 롭 포드 전 토론토시장보다 “카리스마도 부족하고 지적 능력도 떨어지는 사람”이라는 취지로 공격했다.
포드는 ABC 인터뷰에서 당시 양측의 감정이 격해졌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는 자신도 당시 트럼프와 같은 수준으로 대응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하면서도 “우리나라를 계속 공격하고 모욕하는 사람에게는 결국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이름을 둘러싼 싸움이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자유무역협정을 다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에는 한계도 분명하다. 미국 대통령의 명령은 미국 연방정부가 사용하는 문서와 지리정보 서비스 등에 적용될 뿐 캐나다 정부에 온타리오호의 명칭 변경을 강제할 수 없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지명을 미국 대통령이 단독으로 변경할 수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멕시코만(Gulf of Mexico)을 ‘Gulf of America’로 변경하는 비슷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후 일부 온라인 지도서비스는 미국 이용자들에게 Gulf of America라는 명칭을 표시하기 시작했지만 미국과 국제사회의 주요 언론들은 대부분 여전히 Gulf of Mexico라는 기존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이번에는 상황이 더욱 복잡하다. 같은 온타리오호를 놓고 미국인이 Google Maps를 열면 ‘Lake America’, 캐나다인이 열면 ‘Lake Ontario’가 나타나게 됐다. 더구나 구글의 지도 서비스를 사용하는 캐나다 기업과 공공기관 웹사이트에까지 미국식 명칭이 침투하면서 캐나다 기관들이 이를 다시 ‘Lake Ontario’로 고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자동차와 철강, 알루미늄에서 시작된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전쟁이 이제는 지도 속 호수 이름으로까지 번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한 장으로 미국 지도에서는 Lake America가 현실이 됐지만 캐나다의 대답은 단호하다.
“Lake Ontario, now and always.”
온타리오호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온타리오호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