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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이 더 어리석어졌다” WSJ, 트럼프 캐나다 관세 직격

 

 

보수 성향 월스트리트저널도 50% 대캐나다 관세 강력 비판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타당성 없다”…중간선거 10주 앞두고 미국 소비자 부담 우려
“캐나다 무역적자 상당 부분 원유 때문…관세 결국 美 기업·가계 비용으로 돌아올 것”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캐나다 관세전쟁을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이라고 규정하며 정면 비판했다. 특히 오는 중간선거를 불과 10주가량 앞둔 상황에서 미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 가운데 하나인 캐나다와 무역전쟁을 확대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WSJ의 주장이다.

 

WSJ 편집위원회는 23일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을 다시 보다(The Dumbest Trade War Revisited)’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대캐나다 관세 확대를 강하게 비판했다. 신문은 지난해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시작된 관세 갈등을 이미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이라고 평가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이번 사태로 상황이 오히려 더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현재 와인과 시멘트, 하키용품, 의류 등 약 200억달러 규모의 550여개 캐나다산 품목에 50% 추가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전체 캐나다산 대미 수출 가운데 약 5%에 해당하는 규모다. 캐나다 역시 오는 9월 8일부터 미국산 제품에 ‘달러 대 달러’ 방식의 보복관세를 시행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양국은 본격적인 관세전쟁으로 접어들고 있다.

 

WSJ이 가장 문제 삼은 부분 가운데 하나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 근거로 꺼내든 1930년 관세법 제338조다. 이 조항은 미국의 상품을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국가에 대통령이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약 100년에 가까운 역사에도 불구하고 실제 관세 부과를 위해 사용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사실상 ‘잠자던 조항’이었다.

 

WSJ은 캐나다의 미국산 주류 판매 제한 역시 관세전쟁으로 해결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주류업계 자체가 관세 확대를 우려하고 있으며, 캐나다 시장에서 미국산 술이 계속 빠져 있을수록 미국 업체들이 잃어버린 시장점유율을 되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문제 삼고 있는 캐나다의 기술기업 정책이나 기타 통상 현안 역시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재협상이라는 기존 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인데 굳이 전면적인 관세전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특히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문제 삼아온 미국의 대캐나다 무역적자에도 반론을 제기했다.

 

미국이 캐나다에서 대량으로 수입하는 대표적인 상품은 원유다. 특히 캐나다산 중질유는 미국 중서부와 걸프코스트 지역 정유시설의 구조에 적합해 미국 정유업계가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캐나다산 원유를 제외하면 미국의 대캐나다 상품교역 상황은 크게 달라지며, 단순히 무역적자 숫자만 보고 캐나다가 미국을 ‘착취하고 있다’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것이 WSJ의 논리다. 캐나다산 원유를 줄이면 무역적자는 감소할 수 있지만 미국 정유업계 역시 비용과 가동 측면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관세의 최종 부담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도 문제다. 50% 관세가 붙은 캐나다 상품을 미국으로 들여오는 기업들은 늘어난 비용을 자체적으로 흡수하거나 판매가격에 반영해야 한다. 결국 소비재와 건축자재, 제조업 부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은 더욱 민감하다. 미국과 캐나다 자동차 산업은 수십 년간 국경을 넘나드는 하나의 공급망처럼 운영돼 왔다. 미시간 등 캐나다와 경제적으로 밀접한 주에서는 관세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거나 고용을 줄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WSJ이 이번 사설에서 특히 강조한 것은 정치적 역풍이다. 중간선거가 불과 10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관세로 물가 부담이 커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캐나다와 교역이 많은 미시간·메인·오하이오 등 일부 지역은 관세 충격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논리는 다르다. 백악관은 캐나다가 미국산 자동차와 주류, 유제품 등을 차별적으로 대우해 미국 기업과 노동자에게 피해를 줬으며, 50% 관세는 이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특히 캐나다의 유제품 쿼터와 일부 주정부의 미국산 주류 판매 중단 등을 대표적인 불공정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WSJ은 관세전쟁이 결국 미국 자신에게 돌아올 비용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관세가 각종 소비재와 건축자재, 제조업 부품에 영향을 주게 되고, 전략 없이 여러 전선을 동시에 확대하는 무역정책에 미국 유권자들이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비판이 주목받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반대 진영이 아니라 친시장·보수 성향으로 평가되는 WSJ 편집위원회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캐나다를 압박해 더 유리한 무역조건을 얻겠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계산이라면, WSJ의 평가는 정반대다. 가까운 동맹국과 관세전쟁을 확대해 미국 기업의 원가를 높이고 소비자 부담까지 키운다면 결국 미국이 미국 자신에게 관세를 물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경고다.

 

결국 이번 논쟁의 핵심은 ‘캐나다에 강하게 나가느냐’가 아니다. 그 강경책이 실제 미국의 기업과 노동자, 소비자에게 이익을 가져오느냐다.

 

WSJ의 결론은 명확하다. 지난해 이미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이라고 평가했던 싸움이 50% 관세와 캐나다의 보복관세까지 불러오면서 이제는 “더 어리석어진 전쟁”이 됐다는 것이다. <뉴스/사진: 밴쿠버교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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