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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미국이 선 넘었다” 카니, 협상장 박차고 나와 9월 8일 ‘달러 대 달러’ 보복관세

 

사진출처:Youtube @Mark Carney

 

美, 막판에 조건 뒤집자 캐나다 협상 전격 중단…대표단 워싱턴서 철수
트럼프 정부, 280억 캐나다달러 규모 상품에 50% 관세 강행…하키용품·와인·가구 등 타격
카니 “받아들일 수 없는 주권 문제”…美 철강·유제품·전자제품·가전 등에 맞불 관세
자동차·제3국 무역협정·불어 문화정책까지 충돌…“과거의 미국과 관계로 돌아가지 않는다”

 

캐나다와 미국의 무역협상이 막판에 전격 결렬되면서 양국이 사실상 전면적인 관세전쟁에 돌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2일 0시를 기해 약 280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상품에 50% 관세를 발효하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즉각 맞불을 놨다.

 

카니 총리는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중단하고 워싱턴에 파견된 캐나다 협상단에 귀국을 지시한 데 이어 오는 9월 8일부터 미국산 제품에 ‘달러 대 달러(dollar for dollar)’ 방식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을 공유하며 수십년간 자유무역 체제를 구축해온 두 나라가 이제 서로의 상품에 고율관세를 매기는 무역전쟁으로 접어든 것이다.

 

카니 총리는 협상 결렬의 책임을 미국 측의 ‘막판 조건 변경’에 돌렸다. 그는 협상이 상당 부분 진전됐지만 미국이 마지막 순간 제시한 조건들이 “불공정하고 경제성이 없으며 어떤 합의도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게 했다”고 밝혔다.

 

카니 총리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합의하는 것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었다”며 캐나다의 경제적 이익과 독립성, 주권을 훼손하는 협정에는 서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협상이 깨진 구체적인 이유도 공개됐다. 가장 민감한 쟁점 가운데 하나는 자동차 산업이었다. 미국은 캐나다산 자동차와 일부 자동차 부품에 부과하고 있는 관세를 낮추는 대신 캐나다에 다른 분야의 양보를 요구했다. 그러나 카니 총리에 따르면 미국 측은 막판에 중·대형 트럭 등을 관세 인하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는 캐나다 자동차 산업에 상당한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포드가 온타리오주 오크빌 공장에서 생산하는 F-350·F-450·F-550과 GM의 실버라도 같은 차량이 새로운 관세 완화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었다. 카니 총리는 이런 조건이 장기적으로 캐나다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경제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 큰 충돌은 캐나다가 다른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권리를 둘러싸고 발생했다. 카니 총리에 따르면 미국은 협상 막판 캐나다가 제3국과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하는 내용까지 요구했다.

 

카니 총리는 이를 단순한 관세협상이 아니라 캐나다의 경제주권 문제로 규정했다. 그는 캐나다가 지난 1년 동안 약 20개의 새로운 경제·안보 파트너십을 구축했고 세계 각국과 무역시장을 확대하고 있는데 미국이 이를 제한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카니 총리는 이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하면서 결국 이것은 “주권의 문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문화와 불어 보호정책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것도 캐나다가 물러서지 않은 이유였다. 미국 측이 캐나다의 문화산업 지원과 프랑스어 보호정책 등에 문제를 제기하자 카니 총리는 이런 사안은 애초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핵심광물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이 캐나다산 핵심광물에 대한 우선권을 원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카니 총리는 캐나다가 우방국과 협력할 수는 있지만 어느 한 국가에 독점적인 접근권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협상은 21일 밤 사실상 파국을 맞았다. 카니 총리는 협상 중단을 선언하고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미국 무역장관과 재니스 샤렛 수석협상대표 등이 이끄는 협상단을 오타와로 복귀시켰다. 몇 시간 뒤인 22일 오전 0시1분 미국의 50% 관세가 발효됐다.

 

이번 조치는 약 280억 캐나다달러, 미화 약 200억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수출품에 적용된다. 이는 캐나다의 연간 대미 수출 가운데 약 5%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상 품목에는 하키 스틱을 비롯해 와인과 일부 식품, 가구, 의류,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이 포함된다.

 

기존에 미국이 부과하고 있던 철강·알루미늄·자동차·목재 관세에 이번 50% 관세까지 추가되면서 캐나다 수출기업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캐나다도 즉각 반격을 선언했다. 카니 총리는 9월 8일부터 미국이 캐나다 상품에 부과한 관세와 동일한 규모의 ‘달러 대 달러’ 보복관세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대상에는 미국산 철강, 유제품, 전자제품, 가전제품, 펄프·종이와 농업 관련 제품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품목과 세율은 정부가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

 

카니 총리는 미국의 관세 공격으로 피해를 보는 캐나다 노동자와 기업에 대한 추가 지원책도 예고했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 18개월 동안 이미 약 250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제공했으며 앞으로도 피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관세 몇 개가 추가되는 수준을 넘어 캐나다와 미국의 경제관계 자체가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카니 총리의 발언도 과거보다 훨씬 강경해졌다. 그는 “미국은 변했다”며 과거와 같은 양국 관계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기대를 사실상 접었다.

 

미국이 가장 가까운 동맹국에도 관세를 부과하고 거대한 미국 시장에 접근하는 대가를 요구하는 새로운 통상질서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 카니 정부의 판단이다.

 

캐나다 정치권도 일단 ‘팀 캐나다’로 결집하는 모습이다. 온타리오주의 더그 포드 총리는 카니 정부의 강경 대응을 지지했고, BC주의 데이비드 이비 총리도 미국의 관세 공격에 맞서 캐나다가 단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니 총리는 22일 주·준주 총리들과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보복관세와 피해 산업 지원책을 논의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수출시장 다변화와 캐나다 내부의 주간 무역장벽 철폐도 더욱 빠르게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보복관세에는 대가가 따른다. 미국산 철강과 전자제품, 가전제품, 농산물 등에 관세가 붙으면 캐나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도 오를 수 있다. 미국산 원재료와 부품에 의존하는 캐나다 제조업체의 생산비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번 무역전쟁은 미국 수출기업뿐 아니라 캐나다 가정의 장바구니와 기업의 생산비까지 압박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특히 온타리오 자동차·철강 산업은 가장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 미국과 캐나다를 수차례 오가며 완성되는 자동차 공급망의 특성상 관세가 장기화하면 생산비 증가와 투자 축소, 감산과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반면 이번 사태는 캐나다가 오랫동안 추진해온 ‘미국 의존도 낮추기’ 전략을 더욱 빠르게 진행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카니 정부는 이를 사실상 새로운 국가경제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캐나다는 이미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등 미국 이외 시장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으며 기존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약 15억명의 소비자 시장에 우대 접근권을 확보하고 있다.

 

카니 총리는 올해 말까지 캐나다 기업들이 우대조건으로 접근할 수 있는 해외시장 규모를 현재보다 두 배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경제 통합도 중요해졌다. 연방정부는 각 주 사이에 남아 있는 규제와 무역장벽을 줄여 ‘하나의 캐나다 경제(One Canadian Economy)’를 만드는 작업을 가속하고 있다. 미국 시장이 불확실해진 만큼 캐나다 내부 시장부터 더 자유롭게 연결해야 한다는 논리다.

 

카니 정부는 약 5000억달러 규모의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도 추진하면서 에너지와 핵심광물, 항만, 철도 등 미국 이외 국가로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이번 협상 결렬은 캐나다에 고통스러운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캐나다의 압도적으로 중요한 교역 상대국이다. 수십년 동안 하나의 경제권처럼 연결된 공급망을 단기간에 유럽이나 아시아로 돌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미국이 무역협상의 대가로 캐나다의 제3국 무역정책과 자동차 산업, 문화·언어정책까지 건드리기 시작한다면 단순히 관세 몇 %를 낮추기 위해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도 아니라는 것이 카니 정부의 판단이다. 그래서 카니 총리는 결국 협상장을 떠났다. “나쁜 합의보다는 합의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선택이다.

 

이제 첫 번째 분수령은 9월 8일이다. 미국이 50% 관세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캐나다의 ‘달러 대 달러’ 보복관세가 시작된다. 미국산 철강과 유제품, 전자제품, 가전제품 등에 새로운 관세가 붙고 그 충격은 기업에서 소비자에게까지 번질 수 있다.

 

캐나다와 미국은 수십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긴 비무장 국경을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경제 파트너였다. 그러나 2026년 여름, 그 국경을 사이에 두고 이제 ‘관세에는 관세, 달러에는 달러’로 맞서는 무역전쟁이 시작됐다. 그리고 카니 총리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무역분쟁이 아니라 캐나다가 앞으로 “누가 우리의 경제적 미래를 결정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문제로 규정하고 있다. <뉴스/사진: 밴쿠버 교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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