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인 마라토너 권율 교수는 90세에 21.1KM BMO 마라톤을 완주했다. CityNews캡처
"실제 나이보다 얼마나 젊게 느끼느냐가 건강한 삶을 결정한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BC) 연구진이 '주관적 나이(Subjective Age)'가 신체와 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를 몸소 실천하는 한인 석학의 삶이 지역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수십 년간 세계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해 온 권 교수는 80대에 접어든 지금도 매일 10㎞를 달리며 '건강한 노화'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UBC 연구진은 최근 실제 나이보다 자신을 더 젊게 느끼는 사람일수록 규칙적인 운동과 활발한 사회활동, 긍정적인 사고를 유지하며 신체 기능과 정신 건강도 우수한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반대로 스스로를 실제보다 늙었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은 활동량 감소와 우울감, 만성질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나이에 대한 인식은 단순한 심리 상태가 아니라 건강한 생활습관과 밀접하게 연결된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한 명으로 한인 사회에서는 권 교수가 꼽힌다. 그는 학문과 실천을 병행하며 '나이 듦'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으며, 그의 도전은 캐나다 한인사회는 물론 국제 학계에도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권 교수는 1996년부터 호주 Griffith University에서 한국학 석좌교수로 재직하며 호주 한국학 발전을 이끌었고, 호주 한국학연구소 소장을 맡아 학문적 기반을 구축했다. 이후 캐나다 Simon Fraser University Beedie School of Business 겸임교수로도 임명돼 동아시아 경제와 국제경영 분야의 연구와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그 이전인 1975년부터 1995년까지 캐나다 University of Regina 행정학 교수로 재직하며 경제학과 국제경영, 동아시아 비즈니스 문화 등을 강의했다.
이후 서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Queen's University, 뉴질랜드 University of Waikato 등 세계 주요 대학의 방문교수로 활동하며 국제적인 학문 교류를 이어왔다.
학계에 몸담기 전에는 한국은행과 캐나다 연방 재무부에서 근무하며 정책 실무 경험을 쌓았고, 이후 사스캐처원 증권위원회 위원과 외환은행(현 하나은행) 이사, 통신기업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공공과 민간을 넘나드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비즈니스와 국제경제 분야의 권위자로 자리매김했으며,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을 대상으로 자문과 강연도 활발히 이어왔다.
학문적 성과도 눈부시다.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을 졸업한 뒤 캐나다 McMaster University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저서 9권과 편저 3권을 비롯해 수많은 학술논문과 칼럼을 발표했다.
그의 저서는 일본어로 번역되기도 했으며, 지금까지 30여 개국에서 강연과 국제 세미나를 진행하는 등 세계적인 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권 교수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그의 또 다른 이름인 '마라토너'다. 그는 60세가 되던 해 딸의 권유로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10㎞를 목표로 했지만 곧 하프마라톤에 도전했고, 68세에는 생애 첫 풀마라톤을 완주했다.
이후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지금까지 100회가 넘는 마라톤을 완주했으며, 2016년 세계 최고 권위의 Boston Marathon에서는 자신의 연령대에서 1위를 차지하는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나이가 체력의 한계가 아니라 꾸준한 관리와 의지의 문제임을 몸소 증명한 것이다.
현재도 그는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으로 몸을 푼 뒤 UBC 인근을 따라 약 10㎞를 달린다. 연간 조깅 거리만 2,000㎞를 넘는다. 그는 규칙적인 운동뿐 아니라 독서와 연구, 강연을 이어가며 신체와 정신을 동시에 단련하는 생활을 실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권 교수의 삶이 UBC 연구 결과를 현실에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한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고 움직이며 사회와 소통하는 삶이 건강한 노화를 만드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 가운데 하나이며,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역시 은퇴 세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한인사회에서도 1세대 이민자의 고령화가 본격화되면서 신체 건강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정신 건강을 함께 유지하는 '건강한 노화'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걷기와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 꾸준한 근력운동, 새로운 취미 활동, 자원봉사와 지역사회 참여가 노년기 삶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는 한인사회 모임 역시 외로움을 줄이고 삶의 활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권 교수의 삶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단순한 격언이 아닌 현실로 보여준다. 평생 학문을 연구한 석학이자 백여 차례 마라톤을 완주한 스포츠맨으로 살아온 그의 도전은 초고령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한 노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뉴스/사진 밴쿠버 교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