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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축구가 새로운 역사를 썼다. 제시 마시 감독이 이끄는 캐나다 남자 축구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1-0으로 꺾고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 종료 직전 터진 스티븐 에우스타키오의 극적인 결승골은 캐나다 축구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고, 경기장을 가득 메운 붉은 물결은 축제의 도가니가 됐다.
이번 성과는 단순한 승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월드컵 본선 진출 자체가 목표였던 캐나다를 제시 마시 감독은 강한 압박과 빠른 전환, 조직적인 수비를 앞세운 경쟁력 있는 팀으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경기 운영은 마시 감독의 색깔이 그대로 드러났다. 경기 흐름에 맞춘 과감한 선발 변화와 교체 카드 활용, 상대를 끝까지 압박하는 전술은 캐나다를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으로 만들었다.
후반 30분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한 주장 알폰소 데이비스를 과감하게 투입한 승부수도 적중했다. 데이비스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자 캐나다는 경기 막판까지 압박을 이어갔고, 결국 후반 추가시간 에우스타키오의 결승골로 역사적인 승리를 완성했다.
경기 후 마시 감독은 선수들에게 "당신들은 캐나다의 영웅"이라며 "오늘은 캐나다 축구 역사가 새롭게 쓰인 날"이라고 축하했다.
한국 축구 팬들에게 제시 마시라는 이름은 더욱 특별하다.
대한축구협회가 대표팀 사령탑을 물색하던 당시 유력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당시 협회와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협상은 성사되지 않았고, 이후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만약 그때 한국이 제시 마시 감독을 선택했다면 지금의 결과도 달라졌을까.
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축구는 선수 구성과 상대 전력, 협회의 지원 체계, 준비 기간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스포츠인 만큼, 캐나다에서의 성공이 곧바로 한국에서도 같은 성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마시 감독이 보여준 지도 철학은 분명한 특징을 갖고 있다.
그는 강한 전방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 체력과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축구를 선호한다. 선수들에게 높은 강도의 압박과 적극적인 움직임을 요구하는 대신, 팀 전체가 하나의 조직처럼 움직이는 축구를 추구한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캐나다는 개인기보다 조직력을 앞세워 강호들과 대등한 승부를 펼쳤고, 결국 역사적인 16강 진출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반면 한국 축구는 최근 대표팀 운영 과정에서 전술 완성도와 경기력의 일관성, 선수 활용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져 왔다. 때문에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제시 마시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맡았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라는 아쉬움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결국 이번 캐나다의 성과는 한 명의 감독이 팀의 방향성을 얼마나 크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한국 축구가 놓친 기회였는지, 아니면 각자의 길을 선택한 결과였는지는 앞으로의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제시 마시 감독은 캐나다 축구 역사에 사상 첫 월드컵 16강이라는 가장 빛나는 한 페이지를 새겨 넣었다는 사실이다. <뉴스/사진 제공: 밴쿠버 교차로>